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이 실제로 촬영하는 시간보다 대기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이유는 한 씬을 찍을때마다 준비해야되는 배경과 조명, 환경등을 구성해야 하고 씬마다 출연하는 배우도 다르기 때문이죠.
이때문에 과거에는 보통 선배들이 먼저 촬영을 하고 나중에 후배 연기자들이 촬영을 하는 것이 예의 였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왕건에서 궁예 역할을 맡아 유명해진 배우 김영철은 비교적 선배 배우 축에 속하는 만큼 항상 1순위로 촬영을 끝낼 수 있었죠.
그는 과거 촬영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무단으로 현장을 이탈하여 스태프들의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스스로 털어놓았는데요.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촬영 현장에 도착한 김영철은 1순위로 촬영을 하기 전에 잠시 화장실에 들리러 이동하였습니다.
이동 중, 김영철은 화장실 옆 공터에 못 보던 연예인 차량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누군가 확인하기 위하여 차량쪽으로 향하였는데요.
차량에는 선배인 배우 이순재가 타고 있었고 김영철은 곧바로 인사를 드리며 자신보다 먼저 촬영을 할 것을 권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순재는 본인은 괜찮으니 준비 된 김영철에게 먼저 찍으라고 말하였고 김영철은 몇 차례 더 권유하였으나 이순재의 입장은 완강하였죠.
어쩔 수 없이 먼저 촬영을 끝낸 김영철은 이순재에게 달려가 촬영을 하시라고 다시 말했으나 이번에도 이순재는 거절하였습니다.
이순재는 자신은 스케줄이 이것 하나 뿐이니 바쁜 후배들이 먼저 찍고 갈 수 있도록 이곳에서 대기하겠다고 스태프들에게 전한 것인데요.
이때문에 일부러 후배 연기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잘 보이지 않는 화장실 쪽 공터에 차량을 주차한 것이었죠.
결국 후배들을 배려하느라 이순재는 가장 늦게 촬영을 하게 되었고 당시 경력 50년이 넘는 대배우임에도 차량에서 10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했습니다.
김영철은 이순재의 이런 태도에 크게 감동받아 이후로는 선후배에 상관없이 극의 흐름대로 스탭들이 촬영하기 쉬운 환경으로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는데요.
이러한 선배들의 움직임 덕분인지 현재는 과거에 비해 작품의 흐름과 제작진들의 여건에 따라 촬영이 진행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최고의 위치에서 가장 편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을 위하는 이순재의 배려와 행동에 존경심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