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용도로를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기 시작합니다.
내리막길을 불과 몇 m 남기지 않은 위험한 시점, 버스는 가까스로 차선을 바꾸고 안전한 갓길에 정차했는데요.
차를 세운 기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 하며 승객들에게 손짓으로 무언가를 전하려 합니다.
과연 기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늦은 밤 고속버스에서 발생한 아찔한 사고
개인 화물트럭을 운전하던 한원기씨(55)는 지난 2016년 1월 전북고속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12일 오후 9시25분, 한 씨는 4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전주에서 정읍으로 가는 막차 버스의 운전대를 잡았죠.
터미널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읍시 정우면 소재 한 도로에서 한 씨는 자신의 몸에 이상 신호를 느꼈는데요.
갑작스런 어지럼증과 복통에 말문이 열리지 않자 뒤를 돌아보며 연신 ‘도와달라’는 손짓을 했지만 이런 한씨의 행동을 승객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는 도중 운전기사가 정신을 잃는다면 곧바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한 씨였기에 의식을 잃는 순간에도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초인적인 정신으로 버스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다행히 승객들은 무사했지만 한씨는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렸는데요.
이 날 한 씨에게 찾아온 것은 다름아닌 급성 뇌출혈이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승객들이 서둘러 119에 신고했고 한 씨는 구급대원들에 의해 구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뇌사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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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40명 살리고 세상 떠난 버스기사의 마지막 선택
한 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결국 지난 14일 “장례절차를 준비하라”는 담당의사의 말을 들게 되었는데요.
한 씨가 깨어나기 어렵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가족들은 늘 남을 먼저 살핀 본인의 뜻을 받들어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평소 한 씨는 국제구호단체에 정기 후원을 할 정도로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한 씨의 아내 역시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갑작스레 찾아온 남편의 죽음을 슬프지만 뜻깊게 만들기로 했음을 밝혔습니다.
한편 본인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정확한 판단으로 많은 이들의 안전을 챙긴 한 씨에게 승객들은 고맙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 씨의 직장 동료 역시 평소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한 씨에게 찾아온 불행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친구 박모(55) 씨는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를 대신해 노모를 극진히 돌볼 정도로 희생 봉사 정신이 강했던 친구”라며 “마지막 길에도 장기기증을 하고 떠나니 애틋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모두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한씨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살린 후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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