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인구감소 위기에 처한 일본의 대처방식으로 일본 불교계에 비구니를 위한 맞선 이벤트까지 등장했습니다.
‘비구니’와 ‘맞선’이라니 어쩐지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 같은데요.
이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나타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많은 이들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 21일 일본 니가타현의 한 사찰에서 비구니들을 짝지어주기 위한 이벤트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간 남성 승려들을 위한 중매행사는 적지 않았으나 여승을 위한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여승 3명과 사찰주 딸 2명이 참가한 이번 이벤트에는 교사, 공장 노동자, 은행원, 시민운동가 등 27∼47세의 남성 7명이 ‘스님 신부’를 찾아서 왔다고 합니다.
이들은 불경소리가 은은히 울려퍼지는 다다미방에서 무릎을 꿇은 채 돌아가며 배우자 후보들과 얼굴을 맞댔습니다.
각 커플은 취미생활, 직업, 혈액형, 주량 등이 적힌 신상정보서를 교환하고 3분간 대화를 나눈 뒤 파트너를 바꿨죠.
이번 비구니 중매 이벤트는 니가타현의 승려 세키네 마사타카가 도쿄의 결혼정보업체인 ‘투아이링크스’와 손잡고 마련한 것입니다.
세키네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소도시나 농촌에 사는 이들은 배우자감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특히 승려들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는데요.
그는 “절이 자녀에게 전수되지 못한다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극심한 혼인기피 현상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중매 이벤트가 성업중입니다.
지난해 65만3천740쌍만이 결혼했을 정도로 일본의 혼인율은 전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결혼 기피와 함께 양육비 상승, 경제적 불안정이 출산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자녀수는 1.3명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 인구대체율(2.1%)보다 낮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미팅 이벤트, 중매 파티 등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스님, 나아가 비구니들의 결혼을 장려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죠.
일본 불교는 전통적으로 독신 수행 서약을 하지 않고 세습하는 개인사찰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내와 가정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일본 전역에서 열린 중매 이벤트를 통해 승려 4명이 부부의 연을 맺었고 31명이 짝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번 비구니 중매이벤트에서도 마음에 드는 배우자감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3쌍의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음식배달원과 맺어진 비구니 모리 미네(32)는 “너무 바빠 지난 10년간 독신으로 지냈다. 내 취미생활을 존중해주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상냥한 남자가 내 이상형”이라며 수줍게 웃었다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