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면서 빙판길 낙상사고가 폭증했습니다.
이럴 때 생업에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배달업에 종사하는 분들일텐데요,
최근 피자 배달기사가 눈길에 넘어져 늦게 도착하자 고객이 항의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위로 선물까지 챙겨줬다는 훈훈한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19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살만한 세상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피자 가게를 운영한다는 자영업자 A씨 였는데요.
그는 “어제 배달 나간 기사한테 전화가 왔다”며 “아파트 단지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단다. 몸은 안 다쳤냐고 물어봤더니 아파트 안이라 (오토바이를) 세게 안 달려서 안 다쳤다. 그런데 피자가 다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는 손님에게 전화해 “죄송하다. 기사가 아파트 안에서 넘어져 피자가 망가져서 다시 만들어 보내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죠.
이에 손님은 “저는 괜찮은데, 배달 기사는 괜찮냐”면서 천천히 배달하라고 A씨와 배달 기사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손님이 이해심이 많은 분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A씨.
곧이어 온 몸에 눈 범벅이 되어 돌어온 배달기사에게 위로를 건네며 다시 만든 피자를 들려 보냈습니다.
기사는 이 눈길 사고로 애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고객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다시 찾아간 손님 집 문 앞에 걸려있던 쇼핑백을 본 배달기사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문 앞에는 ‘기사님! 앞에서 넘어지셨다고 들었어요. 안 다치셨나요? 추운날 안전운행하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건강음료가 담긴 종이쇼핑백이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A씨는 “20년 일하면서 이런 분은 처음 본다”며 “삭막하기만 한 세상인 줄 알았는데 이런 분 만나니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렇게 문 앞에 걸어두시고 기사가 가니 나오셔서 토닥여주셨다고 한다. 기사도 넘어졌지만 기분 좋았다고 했다”며 “어제 엄청 추웠는데 저도 일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훈훈한 사연과 정 반대되는 충격적인 사연도 뒤이어 전해졌습니다.
택배 기사가 배송 요청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화가 난 소비자가 물건을 45번째 반품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진 것인데요.
가정집 3층에 거주한다는 B 씨는 대문 앞에 쿠팡 배달 기사를 향해 “여기(대문 앞)에 택배 놔두고 가면 무조건 반품시킨다. 37번째 반품 진행 중”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써 붙였습니다.
하지만 배달 기사가 재차 대문 앞과 그 주변에 물건을 배달하자 “여기도 아니다. 3층까지 올려놓고 가라. 39번째 반품 중”이라고 적은 메모를 벽돌로 바닥에 고정해뒀습니다.
이후에도 같은 배송이 반복되자 A 씨는 다시금 대문 앞에 “여기 택배 놔두지 마세요. 45번째 반품 중”이라며 “배송 요청 사항 필독 후 3층에 올려놓고 가십시오”라는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새로 써 붙였는데요.
이어 “설마 글 못 읽으시는 분은 없겠죠? 특히 무거운 택배, 제발 올려놓으세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벽 한쪽에는 ‘로켓 배송 방법’이라고 적은 안내문을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 사연을 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한데요.
“요청사항 계속 무시하고 현관 앞에 던지고 가면 나라도 화날 것”, “3층까지 올려놓으란 말을 45번이나 무시한 거 아니냐” 등 B씨의 행동을 이해하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공동현관문이 잠겨 있어서 저기에 두고 가는 거 아닐까”라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하는 건 B 씨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서로간에 조금씩만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이와 같은 논란은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아 씁쓸해지는 사연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