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세상 그 어떤 것도 부질없게 느껴지며 원망과 미련만 남을 것 같은데요.
심리 상담가로 근무중인 40대 남성 조씨는 얼마 전 겪었던 황당하고 가슴 아픈 일을 잊기가 어렵습니다.
그 날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하던 조씨는 길거리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마주쳤는데요.

평범한 중년 남성으로 보이던 그는 갑작스럽게 조씨에게 “돈 많다 너 다 써라!” 라고 소리를 지르며 봉투를 건냈습니다.
봉투에는 5만 원짜리가 가득 들어있었고 깜짝 놀란 조씨는 이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남성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성은 끝까지 조씨에게 난 필요없으니 가지라며 소리를 질렀고 결국 황당한 실랑이가 이루어졌는데요.
조씨가 끝까지 돈을 갖지 않겠다고 말하자 남성은 갑자기 봉투를 찢어 모든 돈을 길거리에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난 이 돈 필요없으니 너희들 다 가지라고 울면서 소리쳤는데요.
처음에는 그저 미친사람인줄 알았으나 조씨는 오랜 심리상담가의 경험으로 이 남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그 즉시, 조씨는 돈은 모두 자신이 가질테니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냐고 남성을 다독였는데요.
조씨는 주위에 떨어진 돈을 주우면서 남성을 진정시켰고 이내 근처 편의점으로 이동하여 남성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손으로 맥주를 한 잔 들이키던 남자는 이내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신에게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딸이 있었고 태어난지 얼마되지않아 희귀병까지 걸리는 바람에 14살이 되도록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딸의 병을 치료할 수 방법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고 남성의 가족은 희망에 부풀었는데요.

가까운 지인들과 대출까지 받아가며 치료비 4,800만 원을 마련하였지만 딸은 통증과 병의 증세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남성은 희망에 부풀었던만큼 모든 것을 다 잃은 큰 절망에 빠지게 되었고 조씨에게 돈을 건넨 후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 돈을 대가로 딸에게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라는 말에 조씨는 경악하였으나 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울먹거리며 힘들게 자신의 사연을 말하는 남성을 조씨는 그저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3시간 가량 조씨에게 사연을 털어놓은 남성은 차분하게 인사를 마치고 뒷모습을 보인 채 떠났습니다.
조씨는 그 후, 남성이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짧고 강렬했던 그 날의 인연은 앞으로도 종종 생각이 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