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세가 된 최씨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존재는 커녕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아주 어린 5세때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맡겨졌다는 것을 끝으로 20년이 넘도록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20대 중반쯤에 아버지라는 사람이 동생과 최씨를 한 번 찾아왔었습니다. 그는 얼굴에 크게 화상을 입었고 손가락도 몇 개 없는 흉한 모습이었습니다.
최씨와 동생은 처음으로 마주한 아버지의 흉한 모습을 보고 차라리 고아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며 그를 버렸습니다.
아버지를 못본 채 하고 버린 이유는 어린 자신들을 고아원에 넘긴 채 매정하게 떠난 것에 대한 복수와 원망도 섞여 있었는데요.
세월이 지나, 정씨와 동생은 어느새 결혼도 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20년전에 딱 한 번 만났던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전달 받았는데요.
정씨는 마지막으로 가는 길이 안쓰럽게 느껴져 자식 된 최소한의 도리라고 하고자 아버지가 살았던 마을로 향했습니다.
낡은 물건들 사이로 아버지의 오래된 일기장 하나가 보였고 우연히 읽게 된 정씨와 동생은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얼굴에 화상을 입고 손가락을 잃은 것은 당시 어렸던 정씨와 동생의 불장난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집 안쪽까지 크게 번진 화재사고로 인하여 아버지는 어린 자녀들을 대피시킬 수 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을 대피시키면서 크게 화상을 입은 아버지의 얼굴과 몸은 당시의 의료기술로는 완벽히 치료할 수 없었는데요.
이때문에 흉측한 피부와 함께 신체 일부를 절단하며 겨우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흉측해진 외형덕분에 아버지는 사회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으며 번번한 일자리 하나 구할 수 없었습니다.
자식들에게 밥 한끼 먹일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된 아버지는 눈물을 곱씹으며 고아원에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많은 세월이 지난 후, 성년이 된 자식들을 보고 싶어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식들이 잘 자란 것에 그저 행복했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정씨와 동생은 오열하며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장을 확인하였는데요.
“내가 젊었을때 불에 탄 고통을 너무 크게 겪었기에 화장은 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늦었지만 미안하고 잘 살길 바란다..”
짧은 유언장과 함께 한 뭉치의 현금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비망록은 끝이 났습니다.
정씨와 동생은 마지막 유언마저 지켜주지 못한 자신들의 어리석음에 크게 후회하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하늘을 보며 아버지를 모른 척했던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