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상륙했습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특히 경북 지역의 피해가 심했습니다.
구미에도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바로 이날 구미 역 뒷 길에서 한 장의 사진이 찍혔습니다.
근처를 지나던 운전자가 우연히 찍은 사진 속에는 굽은 허리의 할머니와 청년의 모습이 담겨 있었죠.
그리고 두 달이 지나 뒤늦게 공개된 사진에 담긴 사연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인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2학년 김규민 씨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수영장에 가는 길에 구미역 근처를 지났습니다.
이날은 태풍 때문에 유독 비가 많이 왔는데요, 우산을 썼는데도 신발이 흠뻑 젖을 정도로 비바람은 거셌죠.
그때 규민 씨는 저 앞 횡단보도에서 할머니 한 분을 발견합니다.
유모차에 기댄 채 신호등 앞에 서 있는 할머니는 우산도 없이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규민 씨는 성큼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가는 방향이 같으면 우산을 씌워드리겠다고 말을 붙이기 위해서였죠.
마침 할머니는 규민 씨와 가는 방향이 비슷했고, 규민 씨는 그렇게 할머니와 함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도로 쪽으로 걷는 할머니에게 인도로 올라오라는 말도 중간중간 전하면서 말입니다.
규민 씨는 할머니가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할머니 쪽으로 바짝 붙였는데요.
사진을 봐도 우산이 거의 할머니 쪽으로 치우쳐 있어 규민 씨의 한 쪽 어깨가 모두 젖고 말았습니다.
규민 씨에게는 사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규민 씨는 의무소방대로 군 복무를 하면서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올해 7월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했다고 해요.
그래서 내년 4월에는 소방학교에 입교합니다.
규민 씨는 소방공무원의 친척이 있는 데다가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남을 돕는 일이 자연스러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비가 쏟아지는 그날도 홀로 비를 맞고 있는 할머니에게 작은 도움을 건네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다가갈 수 있었던 겁니다.
규민 씨는 “내가 도울 수 있는 능력에 한해서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본인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의 선행은 우연히 지나던 한 시민이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규민 씨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수영장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사진을 촬영한 시민은 차량을 멈추고 그에게 칭찬을 건넸는데요.
나중에 규민 씨는 이분으로부터 사과 한 박스를 선물 받았다고 해요.
비 내리는 날 우산 없이 비를 맞고 걸어가는 할머니에게 씌워드린 작은 우산, 이 선행은 할머니 뿐만 아니라 규민 씨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본 시민들에게도 따뜻한 감동을 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