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 왕십리 광장 한켠, 낡은 우체통에 도착한 엽서 한 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배달원이 수거한 엽서에는 이상하게도 보내는 이의 주소도 받는 이의 주소도 적혀있지 않았는데요.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로 시작한 짧은 엽서의 내용을 보게 된 배달원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연의 전말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는 약 2년 전 노랗고 큼지막한 우체통이 하나 들어섰습니다.
이른바 ‘느린 우체통’으로 엽서 또는 편지를 넣으면 1년 뒤에 발송되는 우체통입니다.

여유와 감성이 메말라가는 시기에 1년 뒤의 가족 또는 친구, 연인에게 현재의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도록 행당1동 주민자치회가 마련한 것인데요.
그런데 얼마 전 이 우체통에서는 발신인도 없고 수취인도 없는 엽서 한장이 발견됐습니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하늘에는 아픔이 없는지 궁금하군요.
내 곁을 떠난지도 벌써 9개월이네요.
힘을 다해 열심히
아이들 잘 키워놓고 갈게요.
건강히 잘 지내요. 사랑해요.
해당 엽서에는 9개월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이에게 전하는 내용으로, 하늘에 있을 남편을 그리워하는 남겨진 아내의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절절한 사연은 곧 행당동 등 지역사회로 퍼져나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죠.
느린 우편함은 행당1동 주민자치회가 일주일에 두번 우체통을 열어 배달할 엽서를 취합하고 있으며, 엽서들 중에는 이 처럼 감동적인 사연들도 있어 요즘같이 마음이 힘든 시기에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는 ‘힐링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점점 추워지는 날씨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지쳐있는 요즘인데 엽서를 읽고 마음이 뭉클해졌다”며
“힘든 마음을 치유하고 이겨낼 힘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작은 감동에서 오는 것으로, 각박한 현실 속에 손편지가 전하는 감동과 느림이 갖는 여유를 ‘느린 우체통’을 통해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의 앞에 1년 후에 자동으로 발송되는 우체통이 있다면, 여러분은 누구에게 어떤 편지를 남기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