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사태 이후 대학가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는 비대면 수업(온라인 강의)이 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국내 굴지의 명문대학교에 다니면서도 가난한 형편 때문에 온라인 강의조차 듣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학생은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반지하 방에 살았기 때문에 평소 온라인 강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했는데요.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학 교수가 해당 학생에게 한 행동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연대생 울린 사연의 전말

지난 29일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OOO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익명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현재 OOO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한 경제학과 학생이었는데요.
글쓴이는 스스로 “반지하 집에 살면서 옆집 무선 인터넷을 빌려쓰는 처지”라고 고백하며, 이 때문에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대학 강의에 출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다 보니 온라인 수업에 지각하거나 수업 도중 튕겨서 조퇴 처리되는 일이 잦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학생은 집안 형편상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카페에 가서 공부할 처지는 못 된다고 했죠.
어쩔 수 없이 학생은 이날 아침에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또 다시 말썽이었고, 몇 번이나 와이파이 연결을 시도했지만 신호는 불완전했습니다.
결국 30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글쓴이는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수업에 늦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한 뒤에 결석 처리를 지각으로 바꿔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죠.
그리고 교수님의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이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수업도 있을텐데 어려움이 많겠군요. 부끄러울 것까지 있나요. 불편할 뿐이지요. 와이파이 문제야 학생의 잘못이 아닌데 말이죠. 참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그래야 하고. 출석 처리를 해두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의 배려로 출석이 인정 된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다음날 연세대학교는 한 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을 발표했습니다.
와이파이 문제로 계속 고민하던 글쓴이,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요.
바로 OOO 교수님이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사이버 강의가 결정됐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도움을 주고 싶은데… 카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카페비를 보내줄게요”
그리고 교수님은 학생의 계좌로 진짜 15만원을 입금했습니다.


글쓴이에 따르면 “교수님이 직접 제 번호를 구해 전화를 주셨다”며 “상황을 듣고는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카페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커피 값을 보내주고 싶다는 제안을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생이 한사코 사양했지만 해당 교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일이다.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 대단한 일도 아니니 받아주면 좋겠다”며 거듭 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주저하는 학생에게 “대신 이번 학기 수업은 A+를 받아야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하는데요.

글쓴이는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면서도 “꼭 성공해서 나처럼 돈 때문에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없게 돕겠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연세대 학내 커뮤니티에서 20분 만에 좋아요 1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이틀 만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학생들은 “이게 대학이고 참 교수님이다” “괜히 내가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정작 최미호 교수는 “별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화제가 됐다는 게 놀랍다. 70년대생으로 내가 공부할 때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자연스러웠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사소한 일에도 감동 받을 정도로 각박하게 살아온 것 같아 오히려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