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터널 안, 한 남성이 유독 천천히 주행하는 차와 사투를 벌입니다.
차를 멈추게 하려는 듯 두 발로 버텨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이 긴박한 순간 남성의 한 손에 들린 것은 휴대전화. 어디로 전화를 거는 걸까요?
블랙박스에 촬영된 당시 상황
지난달 19일 오후 5시쯤 김천순환로 감천터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2차로에서 달리던 한 차량이 갑자기 비틀대며 터널 벽에 부딪힙니다.
속도도 급격히 줄어든 차량. 1차로에서는 여전히 다른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요.
그때 한 남성이 등장해 차의 속도에 맞춰 달리며 운전석 창문을 마구 두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운전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결국 안되겠는지 차량 앞으로 자리를 옮기는 남성.


느리지만 여전히 움직이는 차를 온몸으로 막아서기 시작했고, 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내 119에 신고했습니다.
버티고 선 두 발이 조금씩 뒤로 밀렸지만 그는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얼마쯤 버텼을까. 드디어 차가 멈추고 남성을 도와줄 시민들도 등장했는데요.


위험한 상황을 목격한 시민 3명이 차에서 내려 남성과 함께 운전자를 깨우기 시작했고, 간절한 외침이 들렸던 것인지 잠시 뒤 운전석 문이 열렸습니다.
곧장 운전석으로 간 남성은 운전자의 상태부터 살핀 후, 차 밖으로 나오게 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켰습니다.
상상도 못한 남성의 정체는
온몸을 던져 운전자를 구하고 침착하게 대처까지 한 이 남성은 김천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이윤진 소방관입니다.
이 소방관은 이날 터널을 지나가던 중 비틀거리며 주행하는 차를 우연히 발견하고 즉시 구조에 나섰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운전자는 갑자기 경련 증세가 나타나 정신을 잃은 상황이었는데요.
이 소방관 덕분에 특별한 외상이 없었던 운전자는 안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소방관은 당시 심정에 대해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니 저절로 몸이 움직여졌다”며 “시민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방관과 시민 3명이 아니었다면 그날 끔찍한 사고가 벌어져 한 가족에게 큰 슬픔이 닥쳤을지도 모르죠..
멋진 의상, 놀라운 능력이 없어도 그날 그 터널에서 이들은 분명 영웅이었습니다.

한편 이번 일로 이 소방관은 LG 복지재단에 의해 의인상 수상자로 뽑혀 상금 1천만원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는 상금 1천만원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여 시민들에게 또 한번 감동을 선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