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너증후군(조로증)에 걸린 장인철씨는 23kg입니다.
남들보다 3배나 빨리 늙어 보통 20~30대에 죽는 경우가 대다수인 베르너 증후군.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희귀한 케이스라고 의사들은 말했는데요.

인철씨의 한쪽 눈은 아예 실명되어 버렸고, 두 귀도 청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입니다.
밥을 꼬박꼬박 먹어도 체중이 줄어들어 ‘몸무게 재는 것이 가장 무섭다’라고 말하는 그.
삶의 끝자락을 직감한 그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버킷리스트)을 실천 하기로 합니다.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전재산 79만원을 인출한 인철씨.
그런데 죽음을 앞둔 사람의 소원이 뭔가 이상합니다.
몸무게 23kg 아저씨의 소원
1. 세탁기 바꾸기
“늙고 낡은 게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꼭 새로 바꾸고 싶었다”
2. 친구에게 밥 사기
“그동안 나를 응원해주고 격려해 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신세를 갚을 수 있어 행복하다”
3. 양복사기
“…”

인철씨에겐 양복까지 사 입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7살 때 인철씨를 버린 어머니입니다.
수소문 끝에 요양소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를 찾게 된 인철 씨는 얼마 남지 않은 돈 중 거금 10만 원을 투자해 양복을 사 입었습니다.
50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거동도 불편한 노인이 되었는데요.
그런 노모보다 더 늙어버린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눈물을 쏟으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합니다.
인철 씨도 초라하게 늙어버린 어머니를 만나자 그간의 원망 대신에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인철 씨는 이제 자신에게 남은 전 재산, 23만 원 전부를 노모에게 쥐어줍니다.
어머니도 인철씨를 위해 준비한 봉투를 건넵니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돈은 3만원.
50년 만에 받은 어머니의 사랑에 인철 씨는 3억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행복해 합니다.
다행히 인철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후원금이 보내지자 인철 씨는 오히려 겁을 냈는데요.
“이런 돈이 있어본 적이 없는데..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이렇게 살아도 돼요.”
결국 집을 나선 인철 씨는 정육점으로 향합니다.
생에 처음으로 정육점에서 ‘한우 3만 원 어치’를 주문하는 인철 씨.
그런데 고기를 산 그가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닌 이웃 독거노인의 집이었습니다.

처음 산 고기는 인철 씨가 먹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이웃집 할머니에게 드리려고 산 것이었는데요.
고기를 사드리고 나니 이번엔 차가운 방이 마음에 걸린 인철 씨는 급유차를 불러 난방용 기름 30만 원 어치를 사드렸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통해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인철 씨에게 삶은 어떤 의미일까요?
며칠 뒤 후원금이 든 통장을 들고 은행으로 가 가진 돈을 다 뽑은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세우게 됩니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산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인데요.
소년가장 아이들을 만나 백화점으로 데려가 형에게는 고급 브랜드 신발을, 동생에게는 게임기를 선물했습니다.

할머니와 손녀가 어렵게 살고 있는 또 다른 집에서는 따뜻한 겨울 외투와 생활비를 건넸죠.
그는 자신에게 생긴 큰 돈을 다시 이웃을 위해 전부 써버리고는 “내가 도움 받은 걸 다시 전할 뿐”이라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3만 원만 간직하는 인철 씨.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인철씨의 선택은 항상 ‘남’을 향합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은 장인철씨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선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