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카페.
손에 무언가를 든 30대 여성 손님이 들어오더니 주문도 하지 않고 발만 동동거리며 왔다갔다합니다.
무언가 불안한 듯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의 여성은 심지어 신발도 신지 않고 양말만 신은 모습이었는데요.
이를 수상히 여긴 카페 주인이 손님에게 다가갔고, 이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영화 같았던 그날, 사건의 전말
카페 주인은 61살 임승미 씨. 임 씨는 불안해 하는 손님에게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전화 통화중이던 손님은 봉투에 든 현금 500만 원을 보여줍니다.
알고보니 임 씨는 과거 보이스피싱을 당해본 경험이 있던 피해자였습니다.
그래서 현금을 보자 마자 곧바로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때부터 임 씨의 침착한 기지가 발휘되기 시작했습니다.
임 씨는 즉시 손님에게 “안돼요. 현금은 무조건 보이스피싱이에요!”라고 말한 뒤 카운터에 있는 메모지를 챙겨왔는데요.
이어 그는 메모지에 ‘그 사람에게 돈을 받으려면 우리 카페로 오라고 하세요. 그동안 제가 경찰에 신고해 사복경찰을 보내 달라고 할게요’ 라고 써 손님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밖으로 나갔다는 임 씨, 손님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범인들이 혹시 눈치를 챌 까봐 우려해서 였습니다.
밖으로 나가서는 경찰에 신고해 ‘사복경찰’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잠시 뒤, 경찰이 오기 전에 한 여성이 카페 안에 들어옵니다.
여성은 만 18세로 현금수거를 맡은 보이스피싱 일당 중 한 명이었죠.
주인 임 씨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시간을 끌기 시작했는데요, 일부러 “QR 체크 해주세요” “주문을 먼저 해주시겠어요” 등의 말로 범인을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다행히 경찰들이 도착,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검사를 사칭하면서, “대포 통장에 연루돼 조사가 필요하다”며 “금감원 직원을 보낼테니 현금을 가져오라”고 피해 여성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임씨는 오히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이 현장을 목격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는데요, “손님이 피해를 안 보셔서 다행이고,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급박한 상황에 떨리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다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