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비원 3분의 1을 줄여 월 1만원도 안되는 세대 관리비를 아끼려 했던 한 아파트의 주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경비원 감축 동의서에 어린이들이 남긴 순수한 메세지에 결국 마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못난 어른들의 마음까지 바꿔 놓은 아이들의 아름다운 글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의 전말

경기 안양시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 14일 각 동 엘리베이터에 경비원 감축 계획에 대한 입주민 의견을 묻는 서면 동의서를 붙였습니다.
경비원을 줄이고 청소만 전담하는 관리원을 새로 뽑겠다는 내용으로, 주민들이 실명으로 찬반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는데요.
현재 이 아파트에는 18명의 경비원이 24시간 교대로 일하고 있는 상태이며,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주민 투표에서 780세대 중 과반이 동의하면 6명의 경비원이 해고됩니다.

경비원들은 한 달에 240만원의 급여를 받는데, 6명을 해고하고 하루 7시간 근무하는 청소 관리원 4명(월급 200만원)을 고용하게 되면 이 아파트는 한 달 관리비 640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가구당 8200원꼴인데요.
40세대가 사는 B동의 경우, 투표 시작 이틀 만에 18명이나 경비원 해고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일하는 경비원들은 자신들이 쫓겨나길 바라는 주민들의 투표 현황을 보고도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했죠.
본인이 해고 대상이 되지 않기만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어른들의 마음을 돌린 어린이의 한마디
사건의 국면이 전환 된 것은 한 어린이가 서면 동의서 귀퉁이에 남긴 글귀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빼뚤빼뚤한 글씨로 “경비원 아저씨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적은 글 뒤엔 하트 이모티콘이 달렸습니다.
다른 어린이도 “경비 아저씨, 힘내세요. 화이팅!”이라는 응원문구를 남겼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경비원 인원 감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처음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중에는 찬성에 동그라미를 쳤다가 반대로 돌아선 주민도 있었습니다.
한 주민은 어린이들의 응원 글 옆에 “코로나 시대에 한 가정의 가장을 자르면 좋을까요?”라며 주민 설득에 나서기도 했으며, 주민 C씨는 “사람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경비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아이들에게 감동했다”고 말했습니다.
경비원 집단 해고..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한편 관리비 절약 등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집단 해고되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는데요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44명 중 16명은 웃음(^^) 이모티콘이 들어간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일부 입주민들은 경비원 해고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고용노동부 고발까지 준비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또한 경기 광명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경비원을 시켜 경비원 해고에 대한 주민 찬반 의견을 받도록 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대학생 입주민은 “경비 아저씨가 직접 ‘본인을 자르는 데 동의해달라’고 해야만 하는 비인간적인 일을 보며 차마 서명할 수 없었다”는 호소문을 붙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