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든 두 살의 할머니가 애들처럼 엄마, 아빠라고 불러봅니다. 그냥 불러봅니다. 부모님 길도 저 세상의 길은 알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안부조차도….
세상을 사는 동안 어려움 많다고 징징거리면서 부모님을 기억 저편에 잊고 살았습니다. (중략) 저도 저 세상으로 갈 때 그때 뵐게요. 사랑합니다. (82세의 딸로부터)’
올해 82세인 할머니가 오랜 전 세상을 떠난 부모에게 쓴 편지의 일부 내용입니다.
부모의 뒤를 따라갈 나이가 된 할머니는 바쁜 세상을 살면서 잊고 지냈던 부모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듬뿍 담아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곧 만날 터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할머니의 글은 지난 7~8월 부산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가 실시한 ‘독거노인 인식 개선 콘텐츠 공모전’ 당선작입니다.

‘당신과 함께 웃는 홀몸노인-청춘에게 보내는 안부’을 주제로 실시된 공모전에서 그림 부문 12점, 사진 부문 16점, N행시 15점, 손 편지 21점 등 모두 64점이 당선작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82세인 할머니가 부모를 그리워하듯 젊은 딸과 아직 어린 외손녀가 오래 전에 떠난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요.
‘이제 좀 적응되었을까? 송해 아저씨도 가셨는데 잘 만나셨나? 송해 아저씨가 진행하는 천국노래자랑에서 신나게 한 곡 뽑았을까? (중략) 살면서 겪는 많은 시련을 시간이 무뎌지게 해주듯 크디큰 아빠의 자리도 세월이 땜질해주는 거라면 좋겠다. (낯가림 심한 아빠에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할머니를 생각하면 따뜻함이 먼저 떠올라요. 아버지에게 혼이 나서 울면서 할머니 댁에 가면 안아주시고 토닥여주시던 할머니. 그때는 너무 어려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지만 당신보다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나서 힘드셨죠? (중략) 할머니, 지금 살아계신다면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외손녀로부터)’
‘복자’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는 인고의 젊은 세월을 잘 견뎌낸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인생의 파도를 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이지만…힘들고 어려운 세월이었지만 잘 참고 견뎌주어 고마워.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엄마라는 단어가 왜 그리 그립던지. 불러보고 싶었어. 엄마라고 크게 한 번.(중략) 고달프고 힘들 때 포기하지 않고 잘 참고 견뎌준 복자가 자랑스럽고 고마워. 그동안 수고 많았어.
어린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나 함께하고 싶은 일’을 주제로 8절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에는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 담겼으며 할아버지 손을 잡고 바다 위로 달리는 케이블카를 타러 간 어린이는 환하고 즐겁게 웃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하늘을 나는 새도 밝은 표정으로 이들의 나들이를 축하해주는 모습도 보이구요.
건강하고 밝은 어르신의 일상을 찍은 사진에는 복지관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나무에 손 그림을 그리고 즐거워하는 할머니의 환한 웃음이 담겼습니다.

부산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박선희 센터장은 “청춘에게 보내는 안부라는 슬로건은 노인의 이야기가 잔소리가 아니라 걱정, 격려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서 “젊은 세대가 인생 선배인 노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세대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수 년간 새로운 방송 포맷에 빠르게 적응하는 센스 있는 예능인의 모습을 보여준 이경규 씨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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