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노신사가 취약계층을 돕고 싶다며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거액을 기부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가 남기고 간 돈과 쪽지 속 문구를 확인한 사무소 직원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대체 이 노신사는 누구이며, 쪽지에 어떤 말들을 남겼던 것일까요?
사건의 전말
지난 18일 오후 2시경, 청바지와 바바리코트, 중절모와 선글라스를 낀 한 노신사가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사무소에 찾아왔습니다.
7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곧바로 직원에게 향하더니 기부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에 주무관은 흔쾌히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잠시 후 기부금 입금 영수증을 건네받은 주무관은 놀라고 말았습니다.
영수증에는 자그마치 1억 원이라는 금액이 찍혀있었던 것입니다.
아무것도 묻지 마시오.. 홀연히 사라진 노신사
주무관은 노신사에게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대접하려 했지만, 그는 극구 사양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 이름이나 신분, 사는 지역, 아무것도 묻지 말고 적은 금액이지만 저소득 취약계층에 써달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노신사는 기부금 영수증과 함께 한 장의 쪽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화개면장 귀하.
화개면민의 사회복지수급대상자 중, 특히 빈곤계층의 고령자, 장애인, 질병자, 아동 등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상기의 금액을 희사하오니 미약하지만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활용하기 바랍니다.
– 2022년 10월 18일 무명인
쪽지에는 정갈한 글씨체로 화개면민 저소득층의 복지 향상을 희망하는 마음이 담겨있었고, 기탁자명에는 이름 대신 ‘무명인(이름이 없는 사람)’이라는 세 글자만 있었습니다.
또 무명인 바로 뒤에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는 한자를 덧붙였는데요,
오유지족이란 ‘스스로 오직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안다’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입니다.
한편, 면사무소 직원은 “이 노신사가 청바지에 바바리를 입고 모자를 썼으며, 70대로 보였지만 화개면 주민은 아닌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재만 화개면장은 “이번 기탁은 이웃 간 소통이 없는 각박한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주민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성금은 노신사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화개면 취약계층 및 복지 사각지대에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