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로부터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포장’까지 받았던 고 배두봉씨(호적상 배창아)가 73년 만에 제주4·3 당시의 누명까지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3일 제주4·3 일반재판 희생자 고 배두봉씨를 비롯한 고 오창운씨, 고 양부연씨, 고 김희중씨, 고 안의길씨, 고 김정윤씨 등 6명의 특별재심 재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 6명은 1947년과 1949년 사이 적법한 절차 없이 일반재판에 넘겨져 무허가집회를 개최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특히 이날 재심 재판에서는 고 배두봉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제주4·3 광풍의 희생자였던 고 배두봉씨는 일제강점기 제자를 양성하면서 항일 정신과 독립의 필요성을 알리는 등 당대 지식인이자 독립운동가였기 때문이다.

고 배두봉씨는 1930년대 일본을 오가며 일본에서 노동운동 배후자로 지목돼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또한,1935년 5월 5일 항일 의식에 고취된 학생들과 함께 어린이날 항일 시위를 벌이다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일본 경찰에 검거되었다.
이후 제주4·3 당시 시위·파업 가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하는 과정에서 고 배두봉씨는 제주농업학교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유족들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고 배두봉씨는 독립유공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독립운동 후 제주4·3에 연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유족들은 세 차례의 걸친 요청 끝에 결국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둔 2019년 8월 12일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고 배두봉씨의 자녀 배광흠씨는 “제주4·3 당시 아버지가 죄가 있었다면 어떻게 독립유공자 훈장을 받을 수 있었겠나”며 “드디어 명예를 회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이제라도 억울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청구인 6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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